살아있는 한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죽음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은 이 보잘것없는 삶에 미련이 남은 거라고, 그렇기에 이 미련이 사라질 때까지 살아보자고, 살아있는 한, 먹고, 마시고, 싸고, 자고, 싸우고, 울고, 웃고, 그렇게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내가 비록 당신의 마음에 가득 찰 수 있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은 사람이자고, 그런 마음으로 당신 곁에 있었다. 모든 감정들이 저 깊은 골짜기 사이로 무너져 내리기 전까지는.
지금의 나는 어릴 적 시작했던 방황을 여전히 하고 있다. 어쨌든 인생은 방황하는 과정이 아닌가. 집을 찾아가기 전 까지 우리의 삶은 방황의 연속일테니.
죽음에 초연할 수 없는 우리는 아직 어린아이. 어른이 되는 길은 여전히 멀고 낯설기만 하다. 여긴 어디일까. 당신의 걸음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당신을 따라가도 괜찮을까. 당신 또한 어른인 척하는 어린아이가 아닐까.
마음속 아이를 보듬지 못하는 못난 어른의 모습은 거울 속에서 우중충한 얼굴로 당신을 반긴다. 오늘의 당신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닮았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부터, 지금부터라도 좋으니 시작해 보자고. 그게 문제였던 거다. 시작은 언제나 지금밖에 할 수 없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부터 거울 속의 나에게 웃자고, 그렇게 웃어보자고, 살아가자고. 되도록, 살아있는 한 웃을 수 있는 것을 내 삶에 채우자고, 하루를 마친 끝의 거울 속 내가 웃을 수 있도록. 그리고 당신이 웃을 수 있도록.
- 씀에서 소재를 빌려오다.
- 백예린 <우주를 건너>를 곁들이다.